2021.01.24 20:33 #
술 덜 깬 상태로 학교 근처 가서 방 보고 왔다. 실은 부동산 약속이 파토나서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게 많았다. 그래서 다음주 중에 다시 갈 듯. 정말 자취를 하려는 모양이다. 나는 개인공간이 꼭 필요한 사람인데다, 삶의 습관을 돌이킬 수 없게 들여버려 혼자가 간절해졌다. 그런데 여러 이유로 이를 만류하는 부모님의 뜻을 마냥 모른 체할 수만은 없어서 힘이 든다. 몇 점이 아쉬운 학점과 보증금에 월세에 관리비를 까먹는 셈이 머릿속을 돌아다닌다. 볕도 들지 않는 비좁은 방과 외로운 시절을 떠올린다. 그럼에도 줄기차게 독립을 바라는 꼴이.. 살아보면 환상도 동경도 사라져 무던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제각기 처한 현실이 다르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축복도 저주도 된다는 생각을 한다. 타인과 내 몫의 고통을 나누면 그만큼의 부채감이 더 얹힌다. 이따금 아무것도 몰랐던 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