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5 22:48 #
진짜 오랜만이당.. 그동안 글을 쓴 적은 없지만 꽤 자주 들렀다. 후회할 것을 알고 꼬박꼬박 호스팅도 연장해뒀고. 실은 자취를 하던 시절이 끝난 뒤 이곳에 새로운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때는 정말 많이 외롭고 두서없는 삶을 살았지만서도 그조차 낭만으로 견뎌넘길 수 있는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혼자 산다는 것은 나에게 그런 의미이니까. 겨울에는 외풍 때문에 절절 끓는 바닥에 토퍼를 내려 잠들었고, 머리 맡에 둔 커피포트로 차를 한 대접 내려 시집을 읽다가 언제든 뛰쳐나가던 시절.. 시간이 그때를 미화했는지 실제로 그 시절이 더욱 좋았었는지 아직은 모르겠으나 나는 그걸 뒤로 하고 기숙사와 본가로 거취를 옮겼다. 인천을 떠나오면서 무언갈 두고 확실히 앞으로 걸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내가 두고 온 것은 이 홈페이지였다. 그런데 오늘 문득 다시 이곳에 글을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불안이 심하다. 일어날 수도 있는 일, 일어나지 않은 일, 일어날 것처럼 보이는 일 모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으로 집중하는 힘은 칼날이 되었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되뇌일 때마다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지는 기분이다. 곁에 아무도 없는 것만 같다.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야. 당장 물리적인 거리에 있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이유는 또 무엇일지.. 작년의 힘듦과는 결이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래서 이곳을 떠올리게 됐어. 칭구들아 사는 건 왜 이렇게 괴로울까.. ㅎㅎ 공부할 때 유투브 플레이리스트를 즐겨 듣곤 하는데, 방금 이소라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으로 그 노래가 어머니의 시점에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여기에 오게 된 거다.
2022.08.10 21:30 #
생일을 앞두고 코로나에 걸렸다.. 약을 먹으면 잠이 많이 온다. 온전히 정신력으로 붙들고자 하는데 가만히 앉아 있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한번 리듬을 타면 책도 영상물도 곧잘 읽히고 눈에 든다. 가만히 쉬기에는 이번 격리 기간 동안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불안이 자꾸 들어서 비몽사몽 일어나 커피를 잔뜩 내리고 책상에 앉는다. 애니를 정주행하든 책을 읽든 코딩 공부를 하든 정말로 무엇이든 진득하게 해보는 데 의의를 둬야지. 폭우가 쏟아지는데 창문을 열고 룸 스프레이를 뿌린다. 자취하던 때 생각이 많이 난다. 그리고 관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 있지. (ㅋㅋ) 마음이 한결 가볍다.
2022.05.09 11:25 #
2021.12.13 11:31 #
꿈에서는 길어야 삼 개월이랬는데 여기선 그래도 초기랬다. 그러나 암이랬다. 엄마가 우는 모습은 많이 본 적이 없다. 나는 내가 살가운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엄마를 위로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열심히 살았는데 하고 말을 잇지 못하던 얼굴에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소강상태였다. 당신 몫의 슬픔을 온전히 지고 가게 둔 것 같아서 그 예전 외로움을 답습한 사람이 됐구나 생각했다. 바쁘게 생각했는데 정작 건넬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슬펐다. 자취방에서는 자다가도 일어나 울었는데 그래도 본가에서는 한 번도 울지 않았다. 같이 울면 무너지는 것 같고 인정해버리는 것 같아서 매번 그렇게 된다. 엄마가 외롭지 않았으면 한다. 무력해지지 않았으면 한다. 이 일이 무탈히 지나갔으면 한다. 서로가 곁에 있어서 다행이다.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종강이 다가와서 정신없이 바쁘다. 조금만 더 견뎌볼게.
2021.11.05 01:15 #
실습까지 사흘 남았고 강의 과제 죄다 미루고 살고 있다. 더는 모른 척할 수 없게 되어서 성시경 킬링보이스 들으면서 레포트 쓰는 중..이었는데 https://m.blog.naver.com/fun_deliver/222557808580 이 글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좀 울컥하기두 했고. 가르치는 일과 맡게 될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클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막상 교단이 지닌 마법같은 힘을 마주하게 되니 기분이 이상하다. 이제는 피해의식이라든지 타인을 원망하는 삶에서 정말 벗어나 남들처럼 좀........살 수 있지 않을까? ㅜㅜ 실은 진로도 지역도 자차 문제도 모두 타협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의 서른이 기대될 정도로는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끝내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미련은 남아있고, 타인에게 그것이 자격지심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종종 한다. 언제쯤 그 모든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정말 괜찮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그럴 때조차도 완전히 가벼운 마음은 아니다. 잘살고 싶다.
2021.10.06 19:22 #
본가를 사랑할 이유를 하나라도 더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겨울이 오기 전 내 방 베란다를 단장할 것이다. 담요를 두르고 창문을 열고 향을 피우고 책을 읽어야지. 밤마다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책을 읽는 데 빠졌다. 얼죽아를 고수한 지 한참 되었는데, 요즘은 마음을 안정시키고자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도 좋다. 다만 밤에 커피를 마시면 잠에 들지 못해 디카페인 캡슐도 사려고. 먼 얘기같던 일들이 다가온다. 나는 나를 돌보고 아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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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6 19:35
2021.08.24 22:31 #
개강이 빠른 편이라 다시 자취방 왔다. 패턴이 좀 정돈되는 기분이라 좋다. 요즘은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을 읽고 있는데, 자꾸만 벅차서 자주 숨을 쉬어야 한다. 올해 생일에는 유독 많은 축하를 받았다. 태풍이 온대서 창문을 열고 룸스프레이를 뿌렸다. 살아가는 일이 고요하고 다정하게 느껴졌다.
2021.07.15 18:38 #
요즘 부쩍 책을 읽는다. 블랙 위도우를 세 번쯤은 보러 갈 작정이고. 도서관 방역 시간에 등 떠밀려 벤치에 앉아 구의 증명과 수학자의 아침을 마저 읽었다. 집에 올 무렵에는 비 오기 직전의 습기와 바람이 가득했는데 그래서 바다 생각이 났다. 낯선 땅에 발 붙인 기분이었다. 바닷가에서 아무도 모르게 그랬듯 마스크를 살짝 들어 숨을 쉬었다. 똘똘 뭉친 물 냄새를 맡았다. 물에서 자라지 않아도 물가에서 위로받는 사람도 있다. 오늘따라 단어가 둥글둥글 절대 친해지지 못하는 것만 같다. 이렇게 살아가야지 싶은 날도 오는구나.
2021.06.12 16:12 #
바쁜 중에 들어와서 업로드 미뤘던 (좋아하는) 사진과 요즘 제일 많이 듣는 영상 올리고 간다. 당장 4월만 해도 정방형 고수 인스타 인간이었는데 그새 3:4에 꽂히게 된 거나, 그때와 지금 사랑의 무게중심이 많이 이동한 게 재미있다. 종강까지 잘 마무리해야 할 텐데. 아무튼 오늘은 자취방에 둘 선풍기를 사러 간 김에 마라탕 재료와 몰티져스도 잔뜩 샀어요. 이렇게 또 시간이 지나는가보다 싶은 날들
2021.04.21 17:42 #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 것..이라는 말을 곱씹는다. 누군가를 대할 때에도 그렇지만 스스로에게도 필요한 얘기같다. 우울하다구 누워서 땅굴 파기에는 훨씬 즐거운 일들이 많으니까. 정말 혼자서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조금 준비되었다.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는데 올리고 나서야 떠올렸다. 그러니까 이따금 아주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나의 세계들이 충돌하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하는데, 오늘이 꼭 그랬다. 내년에도 국제도서전에 가고 싶다. 한정판 도서 받길 잘했다!